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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커피 한잔과 베 이 글 한 개 먹으며 일하기

천 갑 후에 도전을 2023. 3. 2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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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 집에서 일하는 것의 가장 큰 혜택은 자유다.

 

개인적으로 오픈소스 회사에서 일하며 가장 기쁜 것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다. 아이가 옆에서 떠드는데 일이 되느냐고 사람들이 종종 묻는다. 하지만 그렇게 방해 받아도 괜찮다.
견과류

아침에 일어나 대충 추리닝 걸쳐 입고 커피 한잔과 베이글 한 개 들고 출근해 회사 이메일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중요한 이메일만 우선 답장을 보낸다.

그리곤 당연히 다른 직장인들이 다 그렇듯 업무는 잠시 미루고 한참 웹서핑을 한다. 트위터, 뉴스, 블로그들을 돌아보면 시간이 잘 간다.

그렇게 한참 놀다가 지겨워지면 코딩을 시작한다. 코딩하는 동안은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일주일에 서너 번 전화로 팀미팅이 있다.

가끔 화장실에서 집중하며, 설거지 하면서 미팅을 할 때도 있는데 뭐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괜찮다. 중간중간 아이와 놀아주기도 하고, 집청소도 하고, 골프 연습장도 다녀오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우리 회사 유칼립투스의 직원중 약 80% 정도는 이렇게 집에서 일한다. 우리 회사만 아주 특이한 것이 아니다. 워드프레스를 만드는 오토매틱 그리고 현재 우리 CEO의 전 회사 MySQL 모두 직원의 대부분이 집에서 일한다.

내가 이전에 잠시 일했던 스타트업  개발자가 한국에 있는데 역시 모두 집에서 일한다. 재택근무가 주는 어감은 여전히 집에서도 부업으로 할 수 있는 스팸메일처럼 다소 2류 문화를 내포하지만, MySQL, 워드프레스, 유칼립투스 모두 소프트웨어 업계의 떠오르는 샛별들이다.

작년 야후가 집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모두 해고해 비판을 받았을 때, 언론들은 새로운 형태의 조직으로 우리 회사와 워드프레스를 소개해 많은 호평을 받았다.

집에서 일하는 것의 가장 큰 혜택은 자유다. 위에서 설명했듯 우리 회사는 직원이 어디에서, 어떤 시간에 일하든 문제가 없다. 원하면 어디로든 이사갈 수 있고, 여행을 다니며 일해도 상관이 없다.

우리 직원 중 한 사람은 사람이 살지 않고 인터넷도 안 들어오는 깊은 산속에서 밭을 일구어 살며 위성 인터넷으로 접속해 일을 한다. 어제는 집 앞에서 만났다고 쿠거(산 사자) 사진을 회사 전체 메일로 보내기도 했다.

아직 회사에서 이 직원의 얼굴을 본 사람이 없다. 나는 골프를 좋아해 주중에 하루는 꼭 라운딩을 나간다. 아침 일찍 나가도 점심을 먹고서야 들어오는데, 남들 다 일할 때 노는 것만큼 신나는 게 없다. 

아마 오피스를 나가야 한다면 이런 생활은 포기해야 할거다. 회사가 주는 이런 자유는 직원을 채용할 때 아주 강력한 미끼다. 실력 있는 개발자에게 자유만큼 매력적인 것이 없으니까.. 

재택근무 유칼립투스나 워드프레스는 스스로의 조직 형태를 “Distributed workforce”로 부른다. Remote employment는 헤드쿼터 오피스를 중심으로 매니저가 집에서 일하는 소수의 직원들을 관리하는 측면이 강하지만, Distributed workforce는 애초에 헤드쿼터라는 물리적 오피스의 개념이 없다.

전 세계에 분산되어 일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유칼립투스는 CEO부터 거의 모든 임원들까지 각 주에 흩어진 자신의 집에서 일한다.

종종 나 자신도 궁금한 것은 이렇게 전 세계에 분산돼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이 어떻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워드프레스나 유칼립투스 모두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조직이다. 단순히 일하는 시간만을 계산한다면 사실 일반 회사들에 비해 많지가 않다.

이들은 오피스에서 긴밀히 얼굴을 마주대고 회의를 할 수도 없다. 회식자리에서 만드는 끈끈한 동료애도 기대할 수 없다. 아마 탁월한 동기 부여가 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워드프레스, 유칼립투스의 공통점은 모두 오픈소스에서 시작한 회사라는 점이다. 집에서 일하는 것은 오픈소스 개발자들의 원래 삶의 방식이다.

폴 그레이엄은 낮에는 밥 벌이를 위해 일하고, 밤에는 진짜 자신의 아름다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오픈소스 해커를 “낮 일” 하는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폴그레이엄이 해커와 화가를 썼던 10여 년 전에는 오픈소스 해커들이 진부한 낮일과 진짜 밤일을 분리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오픈소스가 소프트웨어의 주류로 자리 잡으며 낮일과 밤일을 구분 지을 필요가 없어졌다. 집이 회사고 해킹이 직업이다.

오픈소스 해커들에게 “아름다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 본업이 되었을 때 나타나는 퍼포먼스는 매니저에 의해 잘 관리되는 구식 소프트웨어 회사의 조직을 압도한다.

혹 미심쩍다면, 집에서만 일하는 사람의 퍼포먼스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된다. 사무실에선 책상에 앉아만 있어도 기본은 먹어준다. 집에서 일하는 사람은 오직 한 가지 “코드”로만 평가받는다.

개인적으로 오픈소스 회사에서 일하며 가장 기쁜 것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다. 아이가 옆에서 떠드는데 일이 되느냐고 사람들이 종종 묻는다.

하지만 그렇게 방해받아도 괜찮다. 막 유치원을 마치고 달려와 내미는 딸아이의 어설픈 그림 한 장이 주는 기쁨이 훨씬 크니까. 실제로 적막한 가운데서 코딩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옆에서 뛰어놀 때 더 즐겁게 일이 잘된다.

아마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감동받을 때 나오는 주체 못 할 터보 코딩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전화로 하는 팀미팅에선 직원들의 아이들 웃고 우는 소리가 배경음으로 깔린다. 매일 출근했더라면 놓쳐버렸을 아이들의 커 가는 순간순간을 지켜볼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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